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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물다 가세요/미술

미대생이 추천하는 자신만의 그림 작업구상방법

입시를 마치고 대학교에 입학한 미대생, 혹은 비전공자지만 자신의 그림 작업을 해보고 싶은 사람 계시나요? 작업의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헤매는 분들에게 저의 작업을 예로 들어 [작업 구상 방법]을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1. 일상생활 속에서 관심 있는 키워드를 찾기

가장 먼저 내가 관심 있는 것들을 떠올려본다. 무의식적으로 생각나는 단어를 적어본다. 물질적인 것을 포함하여 평소 마음 상태주로 하는 생각을 토대로 단어를 추출해 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너무 추상적이어도 상관없다. 나만의 단어로 축약할 수만 있으면 된다. 

 


(요즘 들어 비싼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난 돈이 없어서 슬프고 부러운 사람들이 너무 많다. => 욕망, 명품, 탐욕) 

2. 키워드를 하나로 묶는  연습 

키워드를 다 적어 내렸다면 하나로 묶는 연습이 필요하다. 간단한 공통점 이어도 상관없다. 작은 공통점이라도 찾아내면 묶어주는 것이다. 공통사를 찾는 것은 작업에 앞서 굉장히 중요한 행위이다. 키워드를 묶기 위해서는 하나의 장치가 필요하다.


(나의 키워드는 돈, 차, 가방, 신발 등 물질적인 것과 감정적인 키워드 탐욕, 슬픔, 잠식 등이 있었다. 이 두 개를 합쳐 내 작업에 녹여내고 싶다. 나는 그 장치를 나무를 선택했다. 욕망은 계속해서 뻗어나가고 있다. 나무도 가지를 뻗는다. 나무는 열매를 매달고 있다. 나의 마음속 욕망에는 물질적인 것들이 매달려 있다. 키워드를 하나로 묶어 '욕망의 나무'라는 작업의 큰 틀을 완성했다.)

3. 작업의 주제는?

하나로 묶인 키워드로 나의 작업 의도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쁘게 그림을 그리는 것은 누구나 할 수 그릴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나의 작업의 주제를 설명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키워드를 하나로 묶는 연습을 했다면 요즘 내가 왜 이런 것들에 관심이 생겼고, 선정된 키워드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생각해 본다. 평소 나의 추상적인 생각들을 직접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그림에 스토리텔링을 구상하자.


(나무를 나의 마음에 빗대어 표현했다. 탐욕의 나무는 계속 자라난다. 나무에 열매가 생기듯 나의 나무에는 내가 가지고 싶은 물건들이 생겨난다. 탐욕의 나무는 계속 자라난다. 나는 그것을 가지기 위해서 탐욕의 나무에 올라간다. 어떻게든 따고 싶지만 잘 되지 않는다. 이 작업을 통해 내가 느끼는 나의 탐욕을 나무에 빗대어 나타내 보고 싶었다.) 

4. 에스키스 단계

1단계에서 3단계까지 차근차근 생각을 정리했다면 이제 어떤 방식으로 나의 그림을 시각화할 것인가를 구상한다. 이제부터 진짜 작업을 한다고 생각하지 말았으면 한다. 전 단계에 들인 시간만큼 작업의 퀄리티는 상당히 높아진다. 에스키스는 작업 들어가기 전에 간단히 작은 종이에 옮겨보는 행위를 말한다. 구도와 구성을 대충 짜깁기하다 보면 진짜 작업할 때 막히는 시간이 많아진다. 차분하게 시간을 들여 에스키스를 구상한다. 에스키스를 소홀히 생각한다면 작업 속도가 더뎌진다. 


(나의 탐욕을 표현하기 위해서 나무의 종류는 고목나무로 설정했다. 고목나무가 종이 끝까지 뻗어 있고, 그 나무에는 내가 가지고 싶은 물건들이 매달려 있다. 내가 그 물건들을 갖기 위해서 나무에 올라간다.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나무에 올라가기 쉽지 않은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 나무 밑에 칼과 창을 배치하면 재밌을 거 같다. 내가 갈구하는 모든 것들이 나무 위에 매달려있다.)

 

5.  재료 선정과 작업 진행

에스키스를 마쳤다면 재료를 선정한다. 작업 의도를 돋보이게 해 주고 나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재료를 선택해야 한다. 재료를 선택했다면 어디에 작업을 진행할 것인지도 함께 고민해 본다. 사이즈를 설정하여 작업 마무리를 지을 수 있는 기간을 설정해야 한다. 너무 짧아도 길어도 좋지 않다. 하루에 진행할 수 있는 작업 시간을 정해 지키도록 노력한다. 


(붓으로는 디테일한 나무와 물건들을 표현하는 데는 힘들 거 같아 연필을 재료로 삼았다. 나무 질감을 표현하는 데에도 알맞고 다양한 연필의 농도를 선택할 수 있어 좋은 재료이다.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면 이동할 때 불편함이 있을 거 같아 족자 방식을 선택했다. 배접을 맡기기 위해서 잘 찢어지지 않는 장지를 선택했고, 사이즈 50호로 선정하고 하루에 5시간씩 3주를 잡았다. 한지 특성상 잘 찢어지기 때문에 지우개는 되도록 쓰지 않도록 했다.)

6.  마무리 

그림이 완성된 후에 마감처리를 잘해준다. 그리는 것만큼 보관도 굉장히 중요하다. 다음 작업과 꼭 연결 지어 생각하지 않아도 되지만 시리즈별로 작업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시리즈별로 작업하지 않는다면 이 방법을 통해 누구나 양질의 작업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작업 후에는  자신의 작가 노트를 쓰는 것이 좋다. 작가노트는 나의 작업을 설명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간단하게나마라도 남기는 것을 추천한다. 

 


(보관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족자를 선택했다. 전시하기도 편하고 휴대성도 좋아 간편하게 이동이 가능하다. 나는 이 시리즈로 계속 그림을 그릴 것은 아니지만 연필 작업에 흥미를 느껴 다음 작업에도 되도록이면 연필 작업을 하려 한다.)